아리안 6호 쏘아 올린 유럽…성공적 발사 원동력은 '협력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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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 10년 만에 발사 성공
EU 22개국 출자로 공동 개발 28년 만에 선보인 신형 로켓 로켓 공백 뚫고 발사체 주권 회복
유럽의 차세대 우주 발사체 ‘아리안 6호’가 첫 발사에 성공했다. 로켓 상단 부분의 지구 귀환 임무는 실패했지만 가장 중요한 지구 저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우주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각축전 속에서도 유럽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큰 진전을 이룬 배경에는 ‘협력 정신’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SA가 28년 만에 선보인 신형 로켓
15일 과학계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9일 오후 4시(현지시간)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발사 시설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 6호를 발사했다. 아리안은 1979년 1세대를 시작으로 6세대까지 명맥을 잇고 있는 유럽의 간판 발사체다. 2014년 첫 개발 후 10년 만에 발사에 성공한 아리안 6호는 ESA가 28년 만에 선보인 신형 로켓이다.
이번 발사는 기술 문제 등으로 예정보다 4년 늦어져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액체수소와 액체산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메인 엔진 ‘벌케인 2.1’과 고체 연료로 추진하는 보조 로켓 모두 정상 작동했다. 아리안 6호는 발사 1시간 5분 후 고도 600㎞에 올라 초소형 위성 9개를 궤도에 안착시켰다. 다만 2단 엔진인 ‘빈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에서 재점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빈치는 임무를 마치고 발사체 상단을 다시 지구로 재진입시킬 계획이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발사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요제프 아슈바허 ESA 사무총장은 “유럽이 우주 접근성을 회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성공으로 규정했다.
ESA는 지난해 7월 퇴역한 아리안 5호 이후 로켓 공백 상태가 지속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우주 전담 기관인 로스코스모스와 협력 관계가 끊긴 데다 신형 로켓 ‘베가’도 발사에 실패하면서 한동안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로켓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유클리드’ 우주망원경과 지난 4월 위성항법용 ‘갈릴레오’ 위성도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어 발사했다. 이 때문에 아리안 6호의 발사 성공은 ESA가 발사체 주권을 회복했다는 의미가 있다.
○ESA의 모든 사업은 국제 협력
과학계에선 아리안 6호의 성공 요인으로 유럽 국가 간 협력을 꼽는다. 1975년 10개국으로 시작한 ESA는 현재 회원국이 22개국으로 늘었다. 올해 예산은 78억유로(약 11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ESA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은 국제 협력이다. 높은 성공률과 낮은 가격을 내세워 ‘성공적인 상업 로켓’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리안은 유럽 국가 간 ‘협력의 정수’로 불린다. 대부분 로켓 발사체는 특정 국가의 기술로만 만들어지지만 아리안 5호는 유럽 13개국, 56개 기업이 공동 개발했다.
ESA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지만 연구시설은 유럽 내 분산돼 있다. 발사 시설은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에, 유럽우주연구기술센터는 네덜란드, 유럽우주작전센터는 독일에 있다. 예산은 회원 22개국의 출자금으로 마련된다. 모든 회원국은 경제 규모에 따라 의무 출자금을 낸다. 출자 비중은 프랑스와 독일이 25%를 차지하고 이탈리아와 영국이 10%다.
유럽에서 단결하고 역외에선 적극적으로 협력한 ESA의 경험은 한국 우주항공청에도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 한국이 ESA처럼 국제 협력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유럽의 집단 지성으로 탄생한 아리안 6호는 하반기에 1회, 내년 6회, 2026년 8회 발사가 예정돼 있다. 2026년엔 ESA의 ‘플라토’ 망원경을 비롯해 30회의 발사를 예약해뒀다. ESA는 재사용이 가능한 ‘아리안 넥스트’를 아리안 6호의 후속 로켓으로 개발하고 있다. 첫 발사 목표 시기는 2030년이다.
[출처]=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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