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컨텍 대표가 지난달 4일 발사한 위성 ‘오름샛’에 대해 모형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
이성희 컨텍 대표가 지난달 4일 발사한 위성 ‘오름샛’에 대해 모형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최형창 기자지난달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 우주 지상국 전문기업 컨텍의 첫 위성 오름샛이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다. 가로, 세로 각각 24㎝, 높이 50㎝의 초소형 위성인 오름샛은 고도 500㎞ 궤도에서 다양한 영상 자료를 수집한다. 지상국을 설치해 위성이 찍은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던 국내 중소기업이 자체 인공위성을 확보해 우주항공 대표기업으로 거듭난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이성희 컨텍 대표는 “자율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영역으로 사업이 확장됐다”고 설명했다. 강원 태백 출신인 이 대표는 이동통신 기지국 설계 일을 하던 2002년, 친구의 추천으로 항공우주연구원에 들어갔다. 나로호 개발이 시작되면서 우주 분야 열기가 조금씩 싹트던 때였다. 이 대표와 우주의 만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 대표는 발사체, 위성, 큐브샛(초소형 위성)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10여 년간 우주산업 전반을 경험했다. 2015년 창조경제 붐과 함께 정부에서 문을 열어준 덕분에 항우연 소속으로 컨텍을 창업했다. 막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1년 가까이 한 푼도 못 벌었다. 이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다 팔고, 아내 카드로 대출까지 해가면서 3년 넘게 버텼다”고 돌아봤다.

이 대표의 숨통을 트이게 한 사업은 현재도 영위하는 위성 데이터 수신·분석이다. 컨텍은 제주도와 스웨덴, 카타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내외에 12개 지상국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를 돌고 있는 고객 위성이 컨텍 지상국을 지나갈 때 데이터를 대신 받아서 분석해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데이터 수신뿐 아니라 보정 작업 및 영상 분석 서비스를 얹어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2022년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데이터 수신을 의뢰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제주도에 지상국을 둔 덕분에 NASA를 고객으로 맞을 수 있었다. 현재는 핀란드 인공위성 제조사 아이스아이, 한화시스템 등 국내외 86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 시가총액 약 3000억원 회사로 키워 우주항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물리적인 지상국을 갖고 있으면서 자체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킨 회사는 아시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컨텍은 제주 한림에 민간 우주 지상국 단지 ‘아시안 스페이스 파크’를 건설하고 있다. 이곳에는 컨텍의 자체 지상국 안테나 2기를 포함해 총 12기의 저궤도 위성용 안테나가 설치된다.

우주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이 대표의 꿈도 크다. 2026년 1분기에 3개 위성을 추가로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새 위성을 통해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고, 글로벌 탄소 맵을 만들어 개별 기업이 어느 정도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를 통해 우주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전=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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